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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 트럼프 탓?”…술집 턴 ‘만취 너구리’에 미국도 폭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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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병 깨고 화장실서 실신한 ‘털뭉치 절도범’…美 언론 “경제난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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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의 한 주류 판매점 화장실에서 술에 취해 기절한 라쿤이 발견됐다. 이 사진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장에 출동한 동물관리국 직원 서맨사 마틴이 촬영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류 판매점에 ‘괴한’이 천장을 뚫고 침입해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기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침입자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서 ‘아메리칸 너구리’로 불리는 라쿤이었다.

“천장 뚫고 떨어져 위스키 마셔”…직원 출근 후 발견AP통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새벽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벌어졌다.

라쿤은 가게 천장을 뚫고 들어와 선반에 진열된 위스키병을 깨며 술을 마셨고 결국 만취한 채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잠들었다.

출근한 직원은 깨진 병과 바닥에 고여 있던 위스키, 그리고 화장실에 쓰러진 라쿤을 발견해 지역 동물보호소에 신고했다.

현장에는 천장 타일이 떨어져 있었고 술병 파편이 가게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완전히 만취한 상태였지만 부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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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의 한 주류 판매점 내부에서 라쿤이 침입한 뒤 깨진 위스키병들이 흩어진 모습.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장에 출동한 동물관리국 직원 서맨사 마틴이 촬영한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출동한 카운티 동물관리국 직원 서맨사 마틴은 “라쿤은 재미있는 작은 녀석들”이라며 “천장에서 떨어진 뒤 완전히 난폭하게 굴며 닥치는 대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라쿤을 보호소로 옮기는 동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며 “동물관리직에서 또 다른 하루일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버지니아주 해노버 카운티 동물보호소는 “라쿤은 몇 시간 자고 난 뒤 술이 깼고 부상은 없었다”며 “숙취와 나쁜 선택 외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라쿤은 보호소에서 회복한 뒤 다시 자연으로 방사됐다.

“블랙프라이데이 절도극”…‘취객 라쿤’에 SNS 웃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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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가장자리에 앉아 주변을 살피는 라쿤의 모습. 연구진은 도시 지역에 사는 라쿤들이 코 길이가 더 짧아지는 등 가축화의 초기 징후를 보이는지를 조사했다. 사진=케이티 클룬 CNN


BBC는 이번 사건을 “블랙프라이데이의 주류 절도극”이라며 “직원들이 출근했을 때는 술이 바닥에 고여 있었고 라쿤은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가게 측은 소셜미디어(SNS)에 “전문적이고 친절하게 ‘귀가 조치해 준’ 보호소에 감사한다”고 글을 올렸다.

한편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번 사건을 풍자 칼럼 형식으로 다루며 “만취한 너구리의 절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탓”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물가 상승과 쓰레기 감소로 먹을 것이 줄어든 너구리가 절망 끝에 술에 손댔다”며 “이 사건은 웃음거리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덧붙였다.

“도시의 쓰레기가 진화의 촉매”…라쿤, 길들여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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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의 풀숲 사이에서 발견된 라쿤 한 마리가 잠시 멈춰 서 있다. 연구진은 이런 개체들의 코 길이를 비교해 도시와 농촌 라쿤 간 형태학적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분석했다. 사진=jfox16 CNN


최근에는 이런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도시 너구리의 길들임’이 진행 중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받는다.

CNN은 지난달 25일 “미국 전역의 도시 라쿤들이 농촌 개체보다 평균 3.6% 짧은 주둥이를 갖고 있다”며 이는 가축화 동물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라고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라파엘라 레시 미국 아칸소대 교수는 “쓰레기와 인간 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덜 공격적이고 더 적응적인 개체들이 선택되고 있다”며 “수천 년 전 늑대가 인간의 쓰레기를 먹으며 개로 진화했듯, 라쿤 역시 길들여지는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천장을 뚫고 위스키를 마신 이번 ‘털뭉치 절도범’의 만취 소동은 인간 사회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도시 야생동물의 새로운 진화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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