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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긴다” 비난받던 뉴욕 시장 28세 아내 정체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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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계 예술가 라마 두와지, 남편 맘다니 캠페인 뒤 뉴욕 바꾼 인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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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 맘다니(오른쪽) 뉴욕 시장 당선자가 4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당선 축하 행사에서 부인 라마 두와지(왼쪽)의 볼에 입 맞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란 맘다니(34)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그의 28세 부인 라마 두와지가 ‘역대 최연소 뉴욕시 퍼스트레이디’로 주목받는다. 시리아계 미국인 예술가이자 사회참여 활동가인 두와지는 남편의 선거운동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막후에서는 캠페인 정체성과 메시지를 설계한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하야티, 내 인생”…무대 위에서 처음 공개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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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 맘다니(오른쪽) 뉴욕 시장 후보가 4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극장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서 부인 라마 두와지(왼쪽)와 함께 당선을 자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맘다니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나의 놀라운 아내 라마, 하야티(아랍어로 ‘내 인생’이라는 뜻)”라며 “이 순간뿐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순간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와지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뷰를 거절하고 공식 석상에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승리 행사에서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중동과 여성 연대를 그리는 시리아계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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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 두와지가 지난 9월 초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피. 그는 “8월에 본 것들 중 예술을 만들고 싶게 한 순간들”이라며 JFK공항 설치조각부터 델리 빈티지 조명, 팔레스타인 자수 작가의 작업까지 자신에게 영감을 준 14가지 장면을 소개했다. 라마 두와지 인스타그램


두와지는 시리아계 미국인 일러스트레이터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시각예술대에서 일러스트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품은 BBC,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보그 등에 게재됐고 런던 테이트모던 박물관에도 전시됐다.

“남편의 그림자 아닌 독립적 예술가”…캠페인 브랜드 주도그녀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63만 명을 넘는다. 흑백 소묘로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등 아랍 세계의 현실을 담아내며 팬들은 “예술과 사회 메시지를 결합한 현대판 다이애나”라고 부른다.

“정치 비판은 괜찮지만 가족 공격은 아니다”두와지는 선거 초기에는 공개석상에 서지 않았지만 CNN과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맘다니 캠페인의 색상과 서체, 로고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직접 설계했다. 맘다니는 “라마가 나에게 SNS를 더 잘 활용하는 법을 가르쳐줬다”며 그녀의 역할을 인정했다.

일부 경쟁자들은 두와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아내를 숨긴다”고 비난했지만 맘다니는 “죽음의 협박이나 추방 요구는 견디겠지만 가족에 대한 공격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월 “석 달 전 사랑하는 사람과 뉴욕 시청에서 결혼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팔레스타인과 미국 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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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 두와지가 SNS에 올린 애니메이션 캡처. 이 영상은 팔레스타인 국기와 ‘학살을 멈춰라(End the genocide)’ 문구를 통해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가자지구 기자들을 애도하고 즉각적 행동을 촉구한다. 게시물에는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모래 한 줌이라도 기어에 뿌려라”라며 연대 행동을 권하는 메시지도 담겼다(원문 인용). 2025.08.13 라마 두와지 인스타그램


부부는 뉴욕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뒤 두와지 가족이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맘다니의 고향 우간다에서 각각 가족 중심의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들에게는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말라고 요청했다.

두와지는 지난 8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 기자 5명이 숨졌을 때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학살을 멈춰라’(End the genocide)라는 문구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SNS에 올렸다. 또 팔레스타인 농부를 다룬 잡지 기사에 일러스트를 그리며 “대통령이 바뀌어도 미국 제국주의는 변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누구의 집권 아래서도 고통받는다”고 썼다.

예술로 시대를 말하는 젊은 퍼스트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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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 두와지가 4월 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피. 그는 “3월에 본 것들 중 예술을 만들고 싶게 한 순간들”이라며 나무에 남은 벌레 자국부터 파키스탄의 도자 벽화, 카테 콜비츠의 ‘죽은 아이를 안은 여인’까지 자신에게 영감을 준 14가지 장면을 소개했다. 라마 두와지 인스타그램


2022년에는 BBC 월드서비스 다큐멘터리 ‘누가 내 할아버지를 죽였는가’ 제작에 참여해 예멘 정치인 암살 사건을 다뤘다. 그녀의 SNS에는 미국의 군사개입과 인종차별, 이스라엘 전쟁범죄를 비판하는 작품이 다수 올라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전 관련 ‘집단학살’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두와지는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사람이 정치적 작품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세상에 대한 반응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엘리트 가정 출신 남편과 함께 뉴욕의 새 시대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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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 맘다니(오른쪽) 뉴욕시장 후보가 4일(현지시간) 퀸스의 프랭크 시나트라 예술학교에서 부인 라마 두와지(왼쪽)와 함께 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 맘다니 후보가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와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UPI 연합뉴스


그녀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태어나 9세 때 두바이로 이주하고 카타르 등지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컴퓨터 엔지니어, 어머니는 의사로 알려졌다. 팬데믹 기간 두바이에서 가족과 머물며 예술 활동을 이어갔고 이후 뉴욕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했다.

맘다니는 1991년 우간다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인도계 이민자인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미 컬럼비아대의 저명한 학자 마흐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인도 영화 ‘살람 봄베이!’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몬순 웨딩’으로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감독 미라 나이르다. 그는 비주류 출신이지만 사실상 ‘금수저’로 자랐으며 어린 시절 살던 맨해튼 아파트에는 도어맨이 있을 정도로 유복한 환경이었다.

맘다니는 고등학생 시절 ‘우긴디아’(Ugindia)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다닐 정도로 자기 뿌리를 숨기지 않았다. 우긴디아는 고향 우간다(Uganda)와 부모의 출신국 인도(India)를 합친 단어다. 그는 브롱크스 과학고에서 남아시아계 학생들과 함께 크리켓팀을 만들고 정식 스포츠 종목 인정을 받아내며 “조직의 힘과 현실을 바꾸는 방법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메인주 사립 명문 보든 칼리지를 졸업한 뒤에는 뉴욕 퀸스의 비영리단체에서 주택 압류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을 돕는 상담 활동을 했다. “한 달에 한 건이라도 압류를 막을 수 있다면 그게 정치의 시작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맘다니는 이후 뉴욕 주 하원의원으로 진출해 진보 성향의 개혁정책을 추진했고 올해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최연소 시장 중 한 명이 됐다. 시리아계 예술가 라마 두와지와는 지난해 2월 결혼했으며 현재 자녀는 없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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