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려 38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우리 돈으로 약 350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모리스 헤이스팅스(72)가 잘못된 유죄 판결에 대한 배상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25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합의는 지난달 이루어졌으며 다른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헤이스팅스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38년 동안 빼앗겼던 내 삶은 되돌릴 수 없다”면서 “다만 이 합의는 아주 긴 여정에 대한 환영할만한 마무리로 앞으로 내 삶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남성의 인생을 억울하게 앗아간 이 사건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잉글우드에서 피해자인 로버타 와이더마이어가 성폭행당하고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헤이스팅스를 용의자로 체포해 재판에 넘겼으며, 법원은 목격자들의 알리바이 증언을 무시하고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없음에도 그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렇게 무죄가 입증된 헤이스팅스는 2022년 10월 20일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됐다. 혈기 왕성한 청년이 38년이나 감옥에서 보내고 69세의 노인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석방 당시 그는 “이날이 오기를 오랜 시간 기도해왔다”면서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기고 싶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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