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한 해수욕장에 비상이 걸렸다. 거대한 바다코끼리가 해변에서 새끼를 출산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 당국은 어미와 새끼 보호를 위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24시간 경비에 돌입했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새끼 바다코끼리가 태어난 곳은 우루과이 말도나도주(州)의 피리아폴리스 해변이다. 바다코끼리는 보통 고립된 장소에서 출산하기 때문에 도시 해변에서의 출산은 전례를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말도나도 당국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살펴본 결과 어미가 새끼를 출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말도나도 당국은 성명을 내고 “도시 해변에서 바다코끼리 새끼가 태어나는 것은 진귀하면서도 경이적인 일”이라며 어미와 새끼 보호를 위해 주민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반경 30m 폴리스라인… “접근은 치명적일 수 있어”
-절대 접근하지 말 것
-소리를 지르거나 반려견을 데리고 구경 나오지 말 것
-먹이를 주지 말 것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드론을 띄우지 말 것
우루과이 해안경찰은 새끼가 태어난 곳 반경 30m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24시간 경비에 들어갔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7명도 자원봉사자로 나서 24시간 감시를 지원하고 있다.
당국이 철저하게 접근을 막는 이유는 출산 후 민감해진 어미 바다코끼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도나도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소장 빅토르 프라토는 “앞으로 약 25일간은 어미가 단독으로 수유하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인간의 간섭은 치명적일 수 있으며, 어미를 방해하면 새끼를 버리고 떠날 수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끼 바다코끼리는 약 25일간 어미의 젖만 먹으며 해변에 머무르고, 이 기간 동안 어미는 단식한다. 이후 물속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번에 태어난 바다코끼리는 남방바다코끼리(남방코끼리물범, Mirounga leonina) 종이다.
조류독감 피해 후 ‘귀한 생명’… 개체군 회복에 80년
전문가들은 어미 바다코끼리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발데스 반도에서 건너온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발데스 반도는 바다코끼리가 몰려 사는 곳이었지만, 지난 2023년 조류독감 확산으로 바다코끼리 새끼의 97%, 암컷 개체의 60%가 폐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발데스 반도의 바다코끼리 개체군이 온전히 회복되려면 최소 80년에서 9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수의사 마티아스 로우레이로는 “1마리라도 소중히 돌봐야 한다”며 “말도나도가 어미와 새끼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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