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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이빨, 다시 날 수 있을까?…치아 재생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핵잼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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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초록. 출처 Stem Cells Translational Medicine (2024). DOI: 10.1093/stcltm/szae076


과거부터 나이가 들어도 치아가 온전한 것을 인생의 큰 복으로 여겼을 만큼 건강한 치아는 삶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임플란트 기술이 발전해도 본래 치아의 기능을 100% 대신할 수 없고 가끔 문제를 일으켜 재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는 만큼 가급적 치아가 건강할 때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만약 인간의 이빨도 다른 동물처럼 계속해서 다시 난다면 어떨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듯한 이야기지만, 이 과제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은 의외로 많다.

최근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과학자들은 인간 치아 배양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아직은 기초적인 연구라서 바로 임상에 활용할 순 없지만, 먼 미래에는 임플란트 대신 온전한 새 이빨을 얻을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에 더해 터프트 대학 치의과 대학의 파멜라 엘릭 교수 연구팀은 돼지와 인간 치아 세포를 이용한 치아 싹 (tooth bud) 배양 실험에 성공했다. 치아 싹은 인간과 다른 동물에서 치아를 만드는 작은 조직으로 인간에서는 유치가 날 때, 그리고 유치 아래에서 영구치가 자라날 때 볼 수 있다. 하지만 영구치가 빠지고 나면 영원히 다시 나지 않는다.

하지만 포유류라고 해서 인간처럼 모두 치아가 평생 두 번만 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돼지도 이빨이 빠지면 치아 싹이 생기면서 새로운 이빨로 자라난다. 연구팀은 이점에 착안해 돼지에서 인간 치아 세포를 이용한 인공 치아 싹을 만들었다.

치아 싹은 이빨의 가장 단단한 표면인 에나멜을 만드는 치아 상피 세포와 치아의 나머지 부분으로 분화하는 치아 간엽 세포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치아 간엽 세포는 사랑니를 이용해 인간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치아 상피 세포는 어릴 때 이외에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다.

연구팀은 인간의 치아 간엽 세포와 돼지의 치아 상피 세포를 이용해 인공 치아 싹을 만들었다. 돼지의 치아 싹은 도축 과정에서 버려지는 턱뼈를 이용해서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치아를 지닌 돼지의 치아 싹에서 세포를 제거한 후 여기에 인간 치아 간엽 세포와 돼지 치아 상피 세포를 넣어 배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인공 치아 싹을 돼지의 턱에 이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 치아 싹이 완전한 이빨로 자라나는 단계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정상적으로 분화해서 자랄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사진: 그래픽 초록). 인간 치아 세포가 동물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인 것이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간의 치아 세포로만 이뤄진 인공 치아 싹을 돼지나 혹은 인공 배양 장치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기초적인 연구지만, 치아 재생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언젠가는 가능하더라도 치아 재생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에는 건강할 때 치아를 잘 관리하고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한 번 난 영구치를 오래 사용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치아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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