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인도

“영안실 모자라니 시신 가져가라”…폭염 사망자 폭증한 인도, 코로나 데자뷰[여기는 인도]

작성 2023.06.20 18:22 ㅣ 수정 2023.06.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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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발리아에 있는 한 병원에서 온열 관련 질병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는 인도의 병원과 영안실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약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 06. 19 AP 연합뉴스
인도가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질환자가 폭증하면서 병원 곳곳은 더 이상 환자를 받지 못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망자까지 속출하면서 시신을 받지 못하는 영안실까지 등장했다. 

AP통신 등 외신의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와 비하르 2개 주(州)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병원 영안실이 포화했다. 

우타르프라데시에서는 지난 며칠 동안 119명이, 비하르에서는 47명이 온열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우타르프라데시의 한 병원 직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더위로 죽어가는 탓에 우리는 단 1분도 쉬지 못하고 있다. 18일 하루 동안에만 26구의 시신을 운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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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발리아에 있는 한 병원 앞에서 온열 관련 질병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노인이 야외에서 들것에 누워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는 인도의 병원과 영안실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약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 06. 19 AP 연합뉴스
해당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병원은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병원 측은 “기저질환이 있던 노인 54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뒤 영안실이 가득 찼다”면서 “(영안실 자리가 없는 탓에) 일부 유가족에게는 고인의 시신을 집으로 가져가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정오 이후 외출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한 주 동안 이들 지역의 최고 기온은 43.5도를 기록했다. 

문제는 폭염으로 인해 전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이로 인한 정전이 반복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 부족은 물론이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심지어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조차도 에어컨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속출하면서, 온열관련 질환자와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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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발리아에 있는 한 병원앞이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는 인도의 병원과 영안실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약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 06. 19 AP 연합뉴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인도의 의료기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응급 의료 책임자인 아디트 싱 박사는 스카이뉴스에 “모든 직원이 사흘 연속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완전히 과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인도 노동자의 약 절반이 야외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사망자들과 폭염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알 수 없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 및 사망자 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환자 대부분이 사망 전 호소한 증상들은 ‘열파’와 직접적 관련이 없었으며, 집단 사망의 원인은 물 관련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폭염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발리아 지역 의료총책임자를 보직해임했다. 책임자로서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게 그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인도 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 의료 전문가들은 극심한 고온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덮친 폭염의 원인은?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사망자가 속출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는 폭염이 엘니뇨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인 엘니뇨는 지난 5월부터 인도뿐만 아니라 북중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기존의 지구온난화 추세까지 더해지면서 이상기후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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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폭염으로 들끓는 지구. 자료사진 NOAA
존 에이브러햄 미국 세인트토마스대학 교수는 “현재 해양 수온은 100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로 갇힌 열의 90% 이상이 바다로 흡수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가 비약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평년보다 더 많이 모인 열 때문에 훨씬 더 큰 규모의 ‘슈퍼 엘니뇨’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바닷물의 표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상승하는 것을 엘니뇨라고 정의하는 반면, 슈퍼 엘니뇨는 바닷물 온도가 2도나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7년 전 슈퍼 엘니뇨 발생 당시 일부 국가에서는 무더위로 사망자가 수천 명 씩 쏟아졌고, 태풍과 가뭄, 산불 등 대형 재난도 잇따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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