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아저씨들의 추억 속 그곳 - 세운상가 전자박물관

작성 2018.08.09 09:21 ㅣ 수정 2018.08.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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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운상가는 2014년 도심 프로젝트 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어 옛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금지된 것들을 열망하며, 나 이곳을 서성였다네” <유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1 中에서, 1995>

헛기침 서너 번은 다듬고 난 뒤에서야 말할 수 있는 동네였다. 70,80년대에 청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낸 중년 ‘아저씨’들의 세운상가 전자골목 2층은 은밀하게 달뜬 호기심의 거리였다.

흔히 세운상가 키드라 불리는 소년들의 사춘기를 가로지르는 뒷골목이자 빨간 책과 빽판의 추억이 담긴 곳, 미국판 마분지 소설과 3년 지난 ‘허슬러’와 ‘플레이보이’가 노포 구루마에 버젓이 나뒹굴던 품행제로 100미터 골목길, 세운상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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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는 1970년대 우리나라 1세대 전자산업의 메카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훌쩍 넘은 시간이다. 당시 세운상가의 부품들과 기술자들을 다 모으면 우주선도 쏘아 올린다는 호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국내 1세대 정보기술(IT) 전자 산업 업계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할 때에는 ‘코맥스’, ‘TG삼보컴퓨터’가 이곳에서 터를 잡아 회사를 키웠고, ‘한글과컴퓨터’는 ‘아래아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전국으로 유통시켜 토종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낸 곳 또한 세운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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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에는 젊은 혁신 그룹부터 예술가 그룹까지 입주하여 새로운 세운상가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원래 세운상가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건설된 곳으로 세운, 현대, 청계, 대림, 삼풍, 풍전(호텔), 신성, 진양상가가 총 길이 약 1km에 달하는 메가스트럭쳐이자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다. 당시 쌀가게와 연탄가게를 빼고는 서울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구입할 수 있는 고급아파트이자 70,80년대 가전제품과 80,90년대 컴퓨터, 전자부품 등으로 특화된 상가건물로 입지가 탄탄하였다.

60년대 청계천변 일대 고물상 거리에서 출발한 이 지역은 용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기계, 공구, 전자제품들을 판매하거나 제품을 뜯어서 부품을 팔고 그 부속품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장들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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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 키드들이 이 곳에서 각종 성인잡지나 라이센스 없는 복사 음반을 구입하였다


이후 광도백화점과 아세아백화점을 중심으로 장사동, 청계천 일대에는 전자업종들이 집중 모여들었고 70년대에는 전자 완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성장한다. 자연히 이 일대에는 전자업종 기술자들의 작업실과 사무실이 들어서면서 주거용 아파트는 작업실과 사무실로 대체되어 버린다. 특히 강남의 개발로 주거 시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저층부 점포에도 전자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70년대에 이르러 세운상가는 곧 전자상가라는 인식이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1987년 용산전자상가 시대가 개막되고, 이후 인터넷과 디지털,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로 유통구조가 크게 변화하면서 세운상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곳에는 각종 개발품 제작, 전문 수리업종,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전기, 전자부품을 비롯하여 금속, 아크릴, 공구, 건축자재, 조명, 음향 등의 재료상들이 너끈히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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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에는 경력 40년 이상의 마이스터들이 아직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러한 세운상가의 잠재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2014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존치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메이커시티 세운: 도심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서 세운상가의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을 중개하는 기술 코디네이팅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세운 마이스터제도, 청년 스타트업과 예술가 그룹이 입주하여 도심 창의 제조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세운상가 일대의 활성화를 촉진하고고자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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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세운상가에는 지리적 연유로 인해 서울 도심의 주요한 조명기구 관련 상점뿐만 아니라 각종 전자제품 가게들이 성업중이다


또한 세운상가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있는 오래된 공간과 풍경들을 둘러보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어 도심투어 장소로서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세운상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 그냥 방문을 한다면 의미를 찾지 못한다. 반드시 투어를 신청해서 가도록

2. 누구와 함께?

- 가족들, 친구들, 모임이 있다면

3. 위치는?

- 1,3,5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방향 도보5분 - 직진 후 CU편의점에서 우회전

- 2,5호선 을지로4가역 1번 출구방향 도보8분. 직진 후 세운대림상가 앞 모던라이팅에서 우회전 후 약 200미터 직진, 청계천 세운교 건너 맞은편

4. 꼭 봐야하는 곳은?

- 세운전자상가박물관, 엘리베이트를 타고 옥상으로.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알려져 있지 않고, 방문객도 적은 편이다.

6. 여행의 의미는?

- 지금은 40대를 훌쩍 넘은 세운상가 키드들의 소년 시절을 만나는...

7. 주의할 점은?

- 투어를 신청해서 오도록.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홈페이지 참고.

8. 홈페이지 주소는?

- sewoon.org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종묘, 익선동, 종로 5가, 청계천 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선정된 세운 상가는 1970년대 서울을 안고 있는 인문지리적인 의미가 큰 곳이다. 방문한다면 홈페이지에서 투어 신청을 꼭!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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