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을 훨씬 넘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 공부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멕시코의 할머니가 화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툭스틀라 구티에레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첫 수업을 받은 과달루페 팔라시오스가 그 주인공.
올해 할머니는 만 96세다.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증손자 뻘 되는 학생들과 섞여 수업을 받은 할머니의 얼굴엔 기대감이 넘쳤다.
등교 첫 날 할머니가 공부한 과목은 화학, 수학. 현지 언론은 "칠판에 문제를 풀어보라는 교사의 말에 할머니는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고 전했다. 체력이 요구되는 전통 춤 배우기에도 참여했다.
할머니는 "(첫 수업을 받은) 오늘은 정말 원더풀한 날"이라며 "(공부에) 모든 걸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평생 전형적인 촌노의 삶을 살았다.
어릴 때는 옥수수농사를 도우며 컸고, 성인이 된 후엔 닭고기를 팔았다. 장사를 하면서 기본적인 덧셈 뺄셈을 배웠지만 글을 배우진 못했다.
글을 익힌 건 4년 전인 92세 때였다. 멕시코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탈문맹 프로그램을 통해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할머니는 "이젠 남자친구들에게 연애편지를 쓸 수 있는 실력이 됐다"며 웃어보였다.
글을 익힌 후에는 초중교 과정을 원격프로그램으로 이수했다. 주변에선 이쯤하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다시 공부에 도전했다. 이번엔 고등학교다.
할머니는 "열심히 공부해서 유치원교사가 되는 게 최고의 꿈"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은 그런 할머니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현지 언론은 "등교 첫 날 교실에 들어서는 할머니에게 같은 반 '친구들'이 뜨거운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2번 결혼한 할머니에겐 자녀 7명이 있다.
사진=NVI뉴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